아침에 눈을떠 텐트천정을 보면서 한컷
새벽의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사람의 입김이 맞닿아 맺힌 이슬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하늘은 무척 맑고
몸은 상쾌했지만 기분이 영 시원찮다.
알수없는 무력감에 몸을 일으키키가 어려웠다.
일단은 젖은 빨래를 따뜻한 태양에 말려놓고...
아침식사로 오예스를 먹으며...
전화하느라 정신없지만 그 와중에도 포즈를 취하는 녀석
해남까지 가기로 했었는데.. 여러모로 무리가 있는것같았다.
처음부터 반대했고 매일매일 전화로 걱정하는 어머니때문에
후련히 생각할수만은 없었어.
내 삶에 몇번없을 이런 여행이라 굳게 마음을 먹으려고 해봐도.
과연 해남에 간다는 자체로 의미를 둘 필요까진 없는것같기도 하고.
날이 따시게 햇살이 내리쬐고있어서
어제 비에젖은 옷들을 말리고 있다.
빨랫줄로 적절한 짐고정용 고무줄
자 힘들고 지친 육신을 이끌고 여행을 계속해보자.
휴게소에서 제육덮밥을 시켰다..
엄청 놀랐다 그동안에 구경할수없었던 반찬들..
서울에선 절대 볼일없는 국그릇 가득한 공기밥...
주인 아저씨는 어디서 왔냐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길 해주시더니
밥 모자르면 말하래 더 준다고ㅠㅠ
스무살 이찬헤어를 구만두던날에 원장님이 사주셨던 그 제육덮밥같은 맛이었다..
기분좋게 식사를하고 세면을 하고 깔끔한 모습을 찍으려 했는데
난 왜 졸고있냐-.-
조금 달리니 넓은 논이 나오고..
논산을 향하는길은 꽤 지루했어..
국도를 따라 달리다보니 빨리 갈순 있었지만
뭐랄까 심심하다고나 할까..
큰 오르막을 넘어 잠시 쉬어가며 한컷.
이 자식 양말 안신고 달려서 그날밤 쉰내 엄청 났다구-.-
앞으로 논산이 23km 남았다는 표지판.
공주에서 약 10km를 달려서
논산을 향한 표지판을 본뒤로 17km를 달리고 23 남은거라는 이야기.
저 몇킬로 남았다는 표지판이 너무나도 싫었다.
힘은 자꾸 줄어드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는듯 느껴졌기때문에..
실은 그날 5시간정도밖에 달리지 않았는데 몸이 지치기는 훨씬 더 심했던것같다.
슬슬 저녁 노을이 진다.
노을빛에 물든 얼굴.
이 찌질이 놈이 이날 어땠냐면..
50km를 달리는 약 5시간동안 미친듯이 고기만두만 외쳐대는거야.
고!기!만!두! 고기! 만두! 고기만두! 고기만두! 이찔거리면서 말이지.
이유는 알수없어. 묻는다는것 자체가 찌질에 동참하는것같았거든.
몇시간을 찌질거리드니
i say 고기! u say 만두! 라고 하더니만 이내
고기! 하더니 내가 만두를 외치지 않는다고 승질을 막 부리는거야.
정체를 알수없는 아스트랄의 세계에서 고기만두를 외쳐대는
찌질이를 위해 저녁에는 고기만두나 끓여먹을라구..
노을빛은 왠지 따뜻해 보여서 좋은것같아.
지치고 지쳐서 끝에 다다를 즈음에 논산에 다다른것같다.
내머릿속에 맴도는건 고기만두뿐이고 -.-
논산 시내로 들어섰을때 여고생이 보고싶다던 찌질이는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정작 나는 한무더기 여고생을 봤는데 찌질님은 못봤다고 하더군.
EXIF Viewer제조사Canon모델명Canon PowerShot A60소프트웨어andoWKS15촬영일자2005:10:22 18:38:32노출시간 0.017 s (1/60) (1/60)초조리개 값F/f/2.8조리개 최대개방F/2.79795934507662노출보정0.00 (0/3) EV측광모드matrix촛점거리5.41 (173/32)mm사진 크기900x675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기인열전.
숙영지와는 너무 먼곳에 짚단이 있어서 찌질군이 그냥 오늘은 포기하자고 했는데.
난 욕심을 부린거지.
엄청난 양을 자전거에 싣고 한손으로 중심을 잡으면서 '찰흙' 속을
달리고 달려 구해온거거든..
여유롭게 표정관리도 한번 해주고~
오늘도 물론 다리밑이야.
비닐을 깔고 구해온 짚단을 깔고....
그위에 가구점에서 구걸해온 대형 박스를 깔고 돗자리를 깔았지.
아마 이날이 그간의 날들중에 바닥은 최고였던것같아.
암만 써도 그 양이 줄질않았던 우리의 가스가 이뻐서
한번 찍어주고
하루종일 찌질군이 외쳐대던 고기만두 라면..
맛있었어.
슬슬 여행을 끝내야 할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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