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반 충동으로 샀다.
내 썩은 멘탈에게 작게나마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그동안엔 풍경, 구도, 조화를 위주로 사진을 찍었는데,
다가가면 도망가는 작은 동물들의 표정을 담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저 단순히 재미있는 사진 내가 찍어보지못한것들을 찍고싶었던 이유였다.
해외사이트 포럼까지 들어가서 정보를 보고 샘플도 찾아봤는데 뭐랄까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긴했지만
그쯤이야 내 프로보정기술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대충찍어도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어내주는
나의 슈퍼데세랄 육디와
비교적 가볍고 똑딱이라 하기엔 애매하게 크고 무겁지만 어쨌든 편의와 적절한 화질을 갖춘 쥐두막
그리고 그 중간에서 이제 슈퍼줌을 이용하는 새로운 나의 일곱번째 카메라! SX60-HS.
보라 이 위엄돋는 슈파줌!
헌데..
뭔가 이 물빠진듯한 색감과 뭉개져있는 화질
감도를 아무리 낮추고 커스텀설정을 맞춰보아도 좁쌀만한 센서로는 양보할만한 품질이 도무지 나오지 않는다.
그것이 심지어 대낮에도!
아무래도 내 눈이 너무 높아져버렸나보다.
사골센서라며 남들이 아무리 무시해도 내가 한결같이 좋아하던 캐논의 색감들을 이 카메라에선 발견할수없었고
핸드폰 카메라와 좋은 승부가 될것같은 화질을 볼때마다 다리에 힘이 풀리게된다.
그래도 이것은 슈파줌이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견뎌낼수 있을것이지!
하지만 셔터속보가 확보되지않는 조리개에 세계최고의 줌성능은 인텔리젼트 스테빌라이져도 쉽게 망사를 생성해 내었고
나처럼 삼각대는 절대 가지고 다니지않는놈에게 이 카메라로는 도무지 메리트를 찾을수가 없을것같았다.
그렇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조금이라도 좋은 작품을 만들기위해 삼각대를 들고 다니자니
고생을 한만큼의 결과물을 절대 내줄리가없는 좁쌀센서.
차라리 돈을 더 보태서 적절한 망원렌즈를 사는게 낫지않았나 하는 생각만 가득했지.
200컷이나 찍었을까,
결국 일주일만에 어린 소녀가 새 주인이 되었다.
새것이나 다름없는 깨끗한 신형 카메라의 줌을 끝까지 당겨보던
그 소녀의 기뻐하는 탄성을 들으며 이게 실은 화질이 생각보다 좋진않을거예요..
라고 입안에서 맴돌던 나의 탄식은
그래 나와같지 않아서 만족할수도 있을테니 굳이 말할필요는 없겠지라고 삼켜버렸다.
부디 아껴주길 바래요.
좋은 사진 많이많이 찍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날 별생각없이 대충 찍어본 쥐두막의 사진을 보고
아.....
내가 이렇게 훌륭한 너를 소홀히 했었구나라며 새삼스럽게 반성을 하게된다.
너를 갖으려했던 이유가 이제 내게없어져 한동안 서랍속에 쳐박아 두었지.
미안해. 너를 볼때마다 한숨만 나왔었거든.
앞으로는 나와함께 더 많은 추억을 담아보자꾸나
나의 소중한 밀리언달러 베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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