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MORY/일상 이야기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

romeo1052 2016. 3. 1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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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턱없이 부족하고 가르칠만한 깜냥도 안되지만

누군가 사진을 잘찍는 방법을 물어보면 나는 언제나 가장 먼저하는말이

비싼 카메라를 사서 예쁜 사람을 찍어라는 말로 시작한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저급카메라와 평범한 모델로도 기가막힌 사진을 간혹 내놓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것" 은 언제나 개입이 되어있어야 좋은 작품이 된다.

좋은 타이밍, 좋은 빛, 좋은 배경. 그 좋다는 의미가 모두 고급이고 비싸야만 한다는건 아니지만

어지러져있어도 보기좋게 어지러져있고 우중충한 날씨라도 평범하지않고 감성이 충만한 느낌이라던가

일상에서 언제나 볼수있는 상황이 아니라 우연의 순간이 겹쳐진 생동감있는 순간을 만나면 좋은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때 카메라가 좁쌀만한 센서에 셔터스피드도 안나와서 블러가 심해져 버리고 다이나믹 레인지가 다 죽어버려서 홀이생겨버리면 무슨 소용이야.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런 모든 나쁜요인들을 마법처럼 한번에 정리해주는게 눈으로 보는것보다 더 찬란하고 아름답게 담아내버리는 "비싼 카메라" 다.

그런데다가 멋진 모델이 옆에 있어봐 쓰레기장에서 찍어도 포커싱이 팍팍 날라가서 모델에 집중이되버리는데다가 

고화질 고품질이다보니 보정에대한 관용도도 엄청나게 높아서 그냥 오토모드에 손가락만 까딱하고 집에와서 포토샵으로 이것저것 손대보다보면

그냥 전부 다 작품이 돼. (그걸 남이 인정해주느냐 마냐는 나중문제고 일단 그렇다 이거지)


이러는데도 계속 장비가 문제가 아니라 찍는사람의 실력운운 할건가?

실력있는사람은 이미 깨우쳐서 더 비싼 장비에 돈주고 모델을 사서까지 촬영하는데?


생각을 하고있자니 비단 사진만의 이야기가 아니더라 하는 이야기다.


노래를 예로 들자면 내가 그동안 죽어라 노력을 해보니 더이상은 안될것같던 나도 변화가 보일정도로 달라져가는데.

연습을 죽어라하면 음치박치 노래고자도 고쳐지고 고음이 안올라갈 사람도 없다는걸 알게되고. 누구나 자신의 소리를 찾아낼수 있는데

애초부터 개성있고 듣기좋은 목소리를 가진데다가 성대는 신축성이 와따요. 폐활량까지 좋은사람이 연습하면 미친가속이 붙어버리는게 당연한것이다.


이만하면 프롤로그는 대충 이야기한것같다.

그럼 이제 내가 오늘 하고싶었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나.


바로 요리.

나는 얼마전부터 라면을 끊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이것저것 열심히 집에있는 재료로 무언가 만들어보면서 요리에 조금 눈을 떴는데.

그러다가 백종원씨를 알게되었고 이 사람을 관심있게 보고있자니 누구나 쉽게 요리라는것에 손을 댈수있도록

너무나도 친절하게 우리가 요리는 어려운것이라는 틀을 대놓고 깨부수게 만들어주는 진정 훌륭한 요리사라는것을 알게되었다.

소유진씨가 어째서 저런 아저씨랑 결혼까지 했을까 나도 좀 찌들은 인간이기에 약간은 의아하긴 했는데

이사람은 인성이 너무나도 훌륭하고 게다가 보고만있어도 사람을 편안하고 기분좋은 다정함을 느끼게 해주는는걸 보니 아하. 저러니 예쁜 여배우랑도 결혼도 할수있었겠구나 그래서 내가 맨날 차이고 아직도 요모양 요꼴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지.


아 나는 왜 자꾸 말이 계속 새냐.


다시 돌아와서 내가 최근에 백종원씨의 집밥레시피 몇개를 따라해보면서 즐거운 식생활을 만끽하며 지내다

샌드위치만드는법을 마리텔에서 보고 우연찮게 또 재료들이 집에 다 있는 상황이어서 그냥 얼렁뚱땅 따라해보다가

우왕굳ㅋㅋㅋ 이게 너무 맛이 좋은거라.





핸드폰으로 대충 찍어서 그렇지 보기엔 이래보여도 맛은 정말 좋은데...




거의 한달내내 잊을만하면 만들어먹곤했는데. 이 맛을 백종원씨덕이 아니라 스스로의 재능이라고 잠시 착각하면서

아, 여자친구가 있을때에 소풍이라도 가면 내가 직접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며 짜잔하고 이 샌드위치를 도시락으로 내놓으면

감동하는 여자친구의 표정을 보며 뿌듯하니 좀 좋았을까 안타까운 망상속에 눈물도 한방울 떨궈보다

다시 또 한입베어물고 또 우왕국 ㅋㅋㅋ 마시쪙 이 짓거리를 반복하며 지냈다.

덕분에 그동안 햄버거도 안사다 먹었네?

그런데 너무 자주해먹으면서 변화를 주려고 이것저것 쳐넣다보니 약간 버거운맛에 질려버려서 한동안 손을 떼었다가

엊그제 베이컨파지를 1kg사게 되어서 그걸이용해서 샌드위치를 다시 만들어 먹었지.

그냥 구운빵에 케찹뿌리고 계란후라이 얹고 베이컨만 몇개 살짝 넣었을 뿐이야.


이런 젠장.

백종원씨가 알려준 삶은 계란에 마요네즈넣고 참치넣고 양파썰고 허니머스타드넣고 게맛살넣고 식초넣고 설탕넣고 조합한 계란 샐러드에

그것만으로 아쉬우니 슬라이스햄 얹고 슬라이스치즈도 얹어보고

그 귀찮은짓을 해서 만든것보다 걍 계란에 베이컨 몇줄 넣은게 몇배나 맛있고 속이 든든한거야.

많이 넣지도 않았어! 살찔까봐! 그냥 위에 헐렁하게 한겹으로 깔았을 뿐이라고!


요리도 결국 똑같은거였다. 요리재능으로 다양하고 흔한 재료를 조합해 맛을 만들어서 만족을 시켜줄수도 있지만

비싸고 좋은 재료를 그냥 대충 떨궈놓으면 그게 더 대만족이 되는 이 조까튼.

게다가 별로 비싸지도않다. 까놓고 한세트당 가격을 계산해보면 더 쌀껄?

정성은 정성대로 들어간 요리보다 재료빨로 대충 후려친게 더 맛있어버리면 세상 억울해서 어쩌냐.


화가난다. 진리를 깨달은건 기쁘지만 현실을 보자니 슬퍼진다.


하지만 이걸 나쁘게만 생각하지말고 언젠가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더 간편하고 맛있는 베이컨샌드위치를 도시락으로 싸서

짜잔 너를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만들어왔어라며


여자친구의 감동하는 표정을 뿌듯하게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 - 기억의 단편 - romeo1052.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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